이성과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
나는 아주오래 그렇게 생각해왔다.
단어 자체도 미묘하게 이상하다.
이성 친구 와 이성친구
여자 친구 와 여자친구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할 수 없음.
내가 이상하다고 느껴왔으니까 하하)
뭔가 붙어있으면 이성친구로 의미가 변하는 것을 보라. 붙어있으면 이성 친구가 이성친구가 되버린다는 것.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남녀관계..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내가 17살 이후로
항상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특별히 이성인 친구를 사귈 이유도 기회도 없었거니와 여자친구의 이성 친구들을 경계해와서 '주지도 받지도 말자.'처럼
서로를 감시해왔기 때문이다.
난 '이성이 어떻게 친구가 되냐파'였다.
자주하던 말들
"걘 뭔 둘이 밥을 먹재. 언제부터 친군데?"
"휴가 나왔는데, 너를 왜 만나고 싶대."
(당시 본인 미필ㅋㅋㅋ하..그래 군인 휴가
이땐 누구라도 만나고 싶지ㅜㅜ후 이제 이해한다. 근데 밤에 안되는건 마찬가지임. 아니 군인은 더 안됨ㅇㅇ.)
"언니 오빠들 만난다고?오빠 몇명오는데."
(아직도 멘트가 입에 촥촥 붙네ㅋㅋㅋ..)
등등 꼭 한번에 오케이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낸적은 거의 없었던거 같음.
내가 사람에대한 의심이 많기도 했고
(일단 나도 내가 못 미더운데.)
이성은 친구가 될 수 없다.를 나에게 확인시켜주는 사건이 있었음.
21살땐가 6개월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밤에 갑작스럽게 헤어지자고 미안하다면서 연락이 옴. (카톡으로) 싸웠나 사이가 안좋아졌었나 그런상태라 서로 연락도 잘안했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헤어지자고 할 정도는 아니였다고 생각해서 잡아보려고 그랬던거 같은데.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거.
그 사람도 자기를 좋아한다는거.
네..?선생님 어떻게 며칠만에..
당시에 야간에 터널닦이 알바를 할때라
일할 땐 핸드폰을 쥐고 있을 수 없어서 거기까지 보고 핸드폰을 넣어 둠. 그리고 생각의 시간. '누구지?' 약간 슬픔 아니 뭔가 분노..? 음악하던 친구라 주변에 날라리 같은것들이 꽤 많았는데, 가끔 연락은 와도 따로 만나는거 같지는 않아서 방치했더니..
결국 나와 소원해진 틈에 마음을 빼앗아갔나봄
일하면서 짜집기를 하다보니 가끔 연락오던
고등학교 동창이랑 그렇게 된거 같았음.
뭐 어떻게 끝냈는지는 잘 기억안나는데
내가 어떻게 그놈이라 생각했냐면ㅋㅋㅋ
나랑 잘 사귈때도 그친구가 알바하는 곳으로 찾아와서는 꽃다발 주면서 나랑 헤어지고 자기한테 오라고 그랬다면서 웃으면서 말했던 기억이 났음ㅋㅋㅋㅋㅋ
서로 그냥 코웃음치고 말았는데
이게 잘하라는 신호였나 봄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후로 만나는 일 없이
정리되어 버렸음. 약간 충격 받아서
더 굳건해진 나의 이성관
(물론 여러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절대 이성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친구라는 이름의 이성은
잠재적인 사냥꾼들이다.
이게 20대 중반까지의 생각
-
그리고
역시 사람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변함.
나는 25살 늦게 입대해서 27살에 전역함
중대에서 내가 나이 제일 많이 먹음^^
중대 소대장이랑 동갑^^*
소대 수리관이랑 동갑^^*
아무튼 동기들은 21살 22살이요
선임들도 22살 23살임
뭔가 나이먹고 와서 그런가
군대라도 다들 좀 불편해해서 외로웠음..
근데 얼마 후에 낙진보이가 온거임.
뭔가 틀림. 목사가 꿈이라는데
뭔가 ㅋㅋㅋㅋㅋ개구쟁이 같은데 진지한 친구임. 사실 둘이 혼합되있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혼합이 잘 되있어도 둘 중 하나에 분명 치중이 될텐데. 균형이 잘 잡힌 친구였음.
뭐든 열심히하고 자기관리 잘하고 정직하려고 하고. 어쨋든 동생인데 참 배울 점 많고 느낀점 많은 친구.
그동안 봐왔던 인간군상에서 좀 벗어난다 느낀게 특히 이성관. 혼전순결이라는 말을
진지한 사람한테 들어 본 역사가 없어서 충격받음. 25살 26살 먹은 남자가...
자의적으로 혼전순결을 지키고 있다는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음.
처음엔 안믿었는데 그 친구의 신념이나 행동거지를 가까이서 오래보니(봤다기 보단ㅋㅋㅋㅋㅋ사실 전역직전까지 의심하고 시험함.) 결국 믿게 됨. 내가 가까이서 본 사람중에 거의 완벽한 종교인.
이미 뭐 목사야.가짜 목사 말고 진짜 목사.
가끔 고민상담신청하면
막 한시간씩 충고와 설교해줌. 감화되서 여러번 기독교인 되버릴뻔함..
아무튼 그 친구는 이성인 친구도 굉장히 많았는데(면회때 봤는데 죄다 미인에 간호사 친구들;) 친구도 서로 호감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당연한건데. 친구는 친구라고 딱 그어버리더라고.
신념 때문에 술도 안마시는 친구니 이건 뭐.
깔끔함에 무한신뢰;;;;
이미 뭐 세속적인것 보다 더 큰 가치를 찾은 친구임. 아무튼 이 친구라면 이성과도 진짜 친구로 지낼 수 있겠구나..
뭔가 다른부류의 인간을 접하니 내가 세운
인간군상이 넓어지면서 소수지만 뭔가 조금은 다른 남자들이 있다는걸 이해하기 시작함.
.
이제서야 혼자인 내가 됨.
이게 거진 11년만임..
6개월쯤 솔로가 되보니
이건 뭐~ 처음엔 미치는 줄 알았음.
허전하고 외롭고 뭐
근데 몇달 지나고 익숙해지니
아 자유로움과 외로움의 공존인데
이 외로움이 막 여자를 어떻게 구워삶아서
어떻게 해야겠다.
이런게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부분에서의
부재이자 공허임. 음.. 5년동안 사귄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니 난 뭔가 이성인 친구가 전무함.(이성인 친구는 뭐다? 다 잠재적 이성친구다. 생각하고 상대한테도 주입해왔으니 당연히 나도 이성 친구가 없음.)
맨날 여자친구랑만 놀았는데 무슨 이성 친구가 있겠음ㅋㅋㅋㅋㅋㅋ
그들은 예~저녁에 다 멀어짐.
그냥 좀 여자랑 대화가 하고 싶을때도 있고
(다들 알겠지만 재미를 떠나서 남자들이랑 하는 대화랑은 아예 느낌이 다름.)
가끔 밥을 먹는다던가 이쁜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던가 영화를 본다거나.
그냥 그런 감성적인 감정적인 교류 부분이 채워지지를 않는거임. 이 부재가 얼마나 큰건지..
항상 그런 소통이 친밀하게 있어왔는데
나눌 곳이 없으니 너무 당황스러웠음;
그렇다고 헐레벌떡 다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생각은 없고. 나는 이 관계의 틀에서 벗어난 지금이 너무 좋으니까.. 신경 쓸것도 없고~
아무튼 그냥 친구는 필요했음.
이것이 소위 말하는 데이트 프랜드★?
그들이 이성임을 덜 의식하고 내려놓으니까 친구가 될 수 있겠더라.
처음에는 균형잡기가 어렵더라고
(내 스스로 헷갈리기도 하고.. 여자친구한테 해주던 버릇이 있으니 이걸 이성 친구한테 하게 된다거나 하면 의도치않게 괜히 오해할까봐 노심초사할때가 있는데 안헷갈리게 서로 잘해야됨. 이성끼리 오해사면 불편해지고 그럼 친구 관계가 깨지기 쉬우므로
친구로 지낼거라면 컨트롤을 잘해야됨..)
이걸 제대로 해날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는 몰라도 그냥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듦.
내가 변하니까 생각도 변함ㅋㅋㅋㅋㅋ
남녀사이도 '잘하면' '서로 조심하면' 친구가 될 수'도' 있다.로 바뀜. 이게 20대 후반에 와서야 생긴 의식의 변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원한건 없구나. 사람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는구나 또 느낌.
앞으론 또 어떻게 변할런지는 몰라도
현재는 이성도 친구가 될 수 있다.(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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